94세 치매 할머니가 우리 병동 최고령자이다
다른 병동에서 잦은 낙상과 보호자의 과도한 요구로 마찰이 잦다가 우리 병동으로 오신 지 몇 개월 되었다
처음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온 몸에 바늘을 장착한 것처럼 날카롭고 요구가 많아서 아무도 가까이 가려하지 않아
서로 마음을 내주기가 쉽지않았다
긴 시간 찬찬히 살펴보니 귀여운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약을 넣어달라고 정확한 시간에 콜벨을 누르시고는 손가락으로 눈을 크게 만들어주신다
안약 넣기 쉽게 배려해 주시는 거다
안약을 한 두 방울 떨어뜨려주면 깜빡깜빡하고는 반대편 눈도 그렇게 한다
이제 우리 눈에는 이런 행동도 귀엽다고 서로 얘기하는 걸 보면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듯하다
키가 엄청 크시다
보행 불량으로 보조 기구 없이 침상에서 내려오기는 어려우시다
긴 팔로 효자손을 장착하여 침대옆 서랍장을 모두 뒤지고
침상아래로 긴 몸을 숙여 효자손을 잡고 휘저으며 떨어진 물건을 당겨 잡기도 하신다
우리는 심장이 떨어진다
낙상하는 줄 알고 뛰어간다
"괘안타, 걱정하지 마라"
씩 웃으시며 손사래를 친다
보호자 오면 보조기구 의지하여 잠시 걷기도 한다
자신감 붙었는지 보호자 없을 때 혼자 침상에서 내려오다 낙상하여 다시 주의 관찰 대상이 되었으나
오랜 시간 규칙을 잘 지켜 보조 기구 사용하여 화장실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화장실 다녀오다 낙상되었다
다행히 타박상만 있고 골절은 없어 우리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시 침상 안정 모드로 들어갔다
보조 기구 가져오라고 언성을 높이지만 들어드릴 수가 없다
낙상의 위험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얼마 전 파킨슨으로 거동이 어려우나 화장실 가길 고집하여 모시고 가다
환자와 동료가 같이 넘어져서 환자는 다행히 괜찮으나 동료는 발가락 골절되어 병가 처리 중이다
출근하면 눈과 귀가 습관적으로 바쁘다
큰소리가 들리면 뛰어가고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하루가 아무런 사고 없이 넘어가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정도이다
우리 병동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머무는 동안 편안히 계시도록 살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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